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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2회 작성일 26-08-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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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글항아리 대표
하이데거 철학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역자마다 선택하는 번역 용어도 다르며, 특히 『존재와 시간』은 전공자들조차 난해하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하이데거 사후 유산 관리인이었던 맏아들 헤르만 하이데거는 아버지 사유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전 세계 번역판 출간 과정에 까다롭게 개입했다. 번역자는 반드시 하이데거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여야 하며, 되도록 하이데거의 직계 제자 밑에서 공부한 정통파 학자가 번역하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달았다. 번역 원칙은 독일어 원어와 번역어가 일대일 대응관계여야 하고, “해석 없이 텍스트 그 자체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하이데거의 방침에 따라 역주나 색인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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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저자의 과한 일대일 번역 요구
텍스트 지배권 확보하려는 의도
번역은 해석, 중립적 번역 어려워
」
게다가 이런 경우 저자 측에서는 상당한 분량의 샘플 번역을 요구한다. 이것은 번역에 있어 오류나 자의성이 용납될 수 없으니 미연에 방지하려는 선한(?) 의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번역에는 관。과 철학이 개입되기 마련인데 이를 중시하지 않는 ., 단어 대 단어의 번역은 “굴종적인 작업”이라는 . 등에서 우려스럽다.
우리는 중국 소설가 장윈(蔣韻)의 『안나에게 일어난 일』을 편집 중인데, 중국에서 번역문 전체를 검수하겠다고 알려왔다. 이 책은 중국이 지원금을 제공하는 특수한 조건이 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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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을 받는 번역물에는 브로커들의 개입으로 질 나쁜 텍스트를 생산해온 역사가 있기에 검수 과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최근 추세를 보면 이런 일이 예외라기보다 계약에 필수 조항처럼 삽입되고, 거기에는 어떤 힘의 남용이 있는 듯하다.
낸시 먼이라는 인류학자가 있다. 그는 주체적 경험과 신체성을 강조하는 현상학적 방법론을 인류학에 최초로 결합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그의 연구 방법론이나 집필 유형은 하나의 롤모델이 되어 후배 인류학자들도 따를 정도였다. 그가 쓴 『가와의 명성(The Fame of Gawa)』 판권을 문의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관리자는 역시나 번역 심사를 한 뒤 판권 수출 여부를 결정할 테니 상당한 양의 번역 샘플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먼 교수는 2020년에 작고했는데, 그의 유산 관리자는 “먼 교수의 사상과 글쓰기의 독특한 특성을 정확히 담아내도록 보장할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번역 심사는 먼이 재직했던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이런 요구와 집요함 이면에는 ‘텍스트의 지배권’을 확보·통제하려는 의도와 동시에 ‘문화적 오역에 대한 공포’가 서려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늘 번역물을 오염물처럼 여기며 원텍스트가 희생되는 것을 끔찍이 여기는 무의식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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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쿤데라는 자신의 소설 『농담』이 프랑스어로 번역될 때의 악몽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번역본을 직접 지휘·감독했고, 마르케스 또한 영어의 문법으로 인해 자신의 문장이 토막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 바 있다. 문장이 끊어지면서 그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훼손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번역이 또 하나의 창작인가 아닌가 하는 해묵은 논쟁을 떠올리게 하지만, 최근 추세는 조금 다르다. 어떤 면에서 원저자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출판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대형 에이전시들이 지배적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예컨대 ‘번역가 승인권’을 기본 설정으로 넣는 현상은 국가 기관이 주도하던 과거의 검열과 달리 시장과 자본이 주도하는 신종 검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명분은 언제나 자국 문화의 뉘앙스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번역은 결국 텍스트에 대한 해석이다. 중립은 불가능하다. 번역가는 저자의 분신과도 같을 수 있지만, 결국 또 다른 저자라고도 할 수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 등의 포르투갈 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마거릿 줄 코스타는 “번역에서 목소리는 정말 중요하”며, 자신이 번역한 책을 저자와 역자 공동의 것이라 여겨 “우리 책”이라 부르기도 한다(물론 번역가는 자아가 상당히 작아야 한다는 말도 한다). 번역가가 지닌 미적·윤리적 감수성은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 맞춰 형성되고 이는 다시 쓰기의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책이 국경을 넘어 생명력을 얻으려면 결국 번역가의 모국어 감각과 자율성을 믿고 원저자는 자신의 ‘권력’을 축소해야 하지 않을까.
이은혜 글항아리 대표
했다. 먼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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