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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2회 작성일 26-08-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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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안은 막대한 비용과 효과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CG. 조병설 예비역 대령 제공
정부는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세계 일류 수준의 국군사관학교를 만들겠다고 한다. 인공지능(AI)·드론 등 미래전에 필요한 교육을 강화하고, 우수한 교수진과 첨단 교육시설을 갖춰 각 군의 전문성과 합동성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미래 장교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순서다.
정부가 약속한 교육환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자운대 통합캠퍼스를 완성하는 데 대략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제시한 과도기 방안은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신축 이전부터 기존 사관학교 시설을 활용해 통합교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새 캠퍼스가 언제 완성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고 이를 시행할 교육환경이 갖춰지기도 전에, 왜 되돌리기 어려운 제도부터 출범시키려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사관학교의 교육 만족도, 교수 확보, 우수 인재 유치, 미래전 교육과 합동성 등에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주장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그 최선의 처방이 ‘자운대 4년 통합’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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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처우와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과정을 미래전에 맞게 개편하며, AI·우주·사이버 교육과 사관학교 간 공동강의·교수 교류·합동훈련을 확대하는 일은 학교를 합치지 않고도 지금 시작할 수 있다. 이런 개혁을 먼저 시행해 성과를 검증한 뒤에도 분리된 학교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 통합을 검토해도 된다.
그런데 지금은 순서가 거꾸로다. 고칠 수 있고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개혁을 충분히 시험하기 전에,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구조통합부터 결정하고 있다.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과도기 생도들의 교육 문제다.
현재 육군사관학교는 지금의 생도 규모와 교육체계에 맞춰 생활 및 교육시설과 실험실, 체육·훈련시설, 교수·교관 및 훈육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검토하는 방안대로 이곳에서 육·해·공군 통합생도 1·2학년을 교육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첫 해에는 통합생도 한 학년이 들어오고, 다음 해에는 두 개 학년으로 늘어난다. 전환기에 기존 육사 생도와 새 체제의 생도가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면 수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생활관과 강의실은 충분한가. 생활 및 교육시설과 체육·훈련시설은 늘어난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가. 교수·교관과 훈육인력은 얼마나 더 필요한가. 무엇보다 기존 육사 교육체계와 새 국군사관학교 교육체계를 한 공간에서 어떻게 지휘하고 운영할 것인가.
이기식 전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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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식 전 청장 제공
이는 빈 강의실 몇 개를 더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 교육체계와 새로운 통합교육체계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운영하는 또 하나의 복잡한 교육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출범 1년 차와 2년 차에 실제 몇 명을 수용해야 하는지, 현재 시설의 수용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추가로 필요한 시설과 인력은 얼마인지부터 구체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예산 문제도 피할 수 없다.
과도기 생도들에게 현재보다 나쁘지 않은 교육환경을 보장하려면 생활관과 강의시설, 식당과 체육·훈련시설 등을 증축하거나 개조해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비용까지 국방부가 말하는 ‘규모의 경제’ 계산에 들어가 있는가.
통합 이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시설과 인력의 비용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조기 통합을 위해 태릉에 새로 들어갈 시설확충비와 추가 운영·인력비, 군별 전문교육을 위한 이동비용, 그리고 자운대 통합캠퍼스 건설비까지 같은 장부에 올려야 통합의 경제성을 온전히 판단할 수 있다.
특히 과도기 교육을 위해 새로 투자한 시설이 자운대 이전 뒤 철거된다면, 그 투자는 장기적인 교육자산으로 남지 못하고 회수하기 어려운 매몰비용이 된다.
여기서 피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생긴다.
몇 년 뒤 용도가 사라질 시설이라고 투자를 아끼면 그 부담은 과밀과 교육여건 저하의 형태로 과도기 생도들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충분히 투자하면 몇 년 뒤 활용가치가 사라질 수 있는 시설에 국민 세금을 다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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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최종 교육환경이 마련되기 전에 제도부터 출범시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환비용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완성된 자운대 캠퍼스에서 교육받을 훗날의 생도들은 처음부터 새로운 시설과 정착된 교수체계, 안정된 교육과정 속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 이전에 입학한 생도들은 기존 시설의 수용 부담, 두 교육체계의 동시운영, 계속 조정될 수 있는 교육과정과 군별 교육을 위한 이동 등 제도전환의 부담을 먼저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국군사관학교 생도인데 어느 해에 입학했느냐에 따라 교육환경의 질이 달라져도 되는가.
정부는 시행하면서 보완하면 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책은 나중에 고칠 수 있어도 과도기를 살아간 생도들에게 지나간 4년은 다시 돌려줄 수 없다.
더욱이 과도기 교육방식과 최종적인 자운대 4년 통합모델은 동일하지 않다. 과도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이 통합제도 자체의 문제인지, 임시시설과 이중운영에서 비롯된 문제인지조차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라도 제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교육환경은 갖춘 뒤 시행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까지 서둘러야 하는가.
미래전 교육이 시급하다면 교육부터 지금 바꾸면 된다. 교수제도가 문제라면 교수제도를 먼저 고치면 된다. 합동교육이 부족하다면 공동교육과 합동훈련부터 확대하면 된다. 이런 개혁을 충분히 시행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기도 전에 학교의 구조부터 바꾸고, 그 제도가 약속하는 완성된 교육환경은 10년 뒤에 만들겠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개혁의 순서인가.
이기식 전 병무청장·해군작전사령관·해군사관학교장
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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