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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34회 작성일 26-09-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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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앤노트 제공. 한국은 원전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건설해 수출하는 원전 강국이다. 그러나 핵심 연료인 농축우라늄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사용후핵연료는 뚜렷한 처리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발전소 부지에 쌓여가고 있다. 한국핵안보전략포럼이 엮은 『한국의 핵안보 프로젝트 6: 에너지 안보와 핵잠재력』은 이를 ‘원전 강국의 역설’로 규정한다. 세계적인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연료 확보와 사용후핵연료 처리, 안보 위기에서의 전략적 선택권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 개념은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이다. 저자들은 핵잠재력이 핵무기 보유나 즉각적인 핵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고도화된 원자력 기술과 산업, 전문인력과 제도를 갖춰 국가가 심각한 안보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더 넓은 전략적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즉 당장 핵무기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미래의 선택지를 책임 있게 보유하는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농축과 재처리가 민감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논의를 금기시해서도 안 되지만,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만으로 국제정치적 제약을 쉽게 넘어설 수 있다고 낙관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책은 농축과 재처리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로 핵연료 공급망 불안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가능성을 꼽는다.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의존 축소와 원전 확대, 소형모듈원자로(SMR) 확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 등으로 세계 핵연료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릴게임 사이트 . 농축능력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고 공급자도 제한돼 있어 핵연료 확보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국가 간 전략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동시에 국내 주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도 2030년대 초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저자들은 이를 원자력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주권의 문제로 본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해서는 한국 원자력 산업 발전의 기반이면서도 농축과 재처리 등 민감한 활동을 제한해온 ‘두 얼굴’을 가진 제도로 분석한다. 동맹 신뢰와 확장억제에 대한 확신이 충분할 때 이러한 제약은 동맹이 제공하는 보호의 대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같은 제약이 한국의 선택권을 좁히는 장치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책이 요구하는 것은 한미 원자력동맹의 해체가 아니라 ‘성숙’이다. 미국은 한국의 원자력 활동을 제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위험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한국은 투명성과 비확산 책임을 강화하면서 자율성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한다. 독자 농축과 해외 의존 사이의 대안으로는 영국·네덜란드·독일이 공동 통제하는 농축기업 유렌코(URENCO)와의 협력을 제시한다. 장기 공급계약과 투자형 협력, 안정적인 물량 인수권 확보, 핵심 기술 접근을 차단한 ‘블랙박스형 시설 협력’ 등이 검토 대상이다 릴게임오리지널 . 사용후핵연료 문제에서는 국내 저장 역량 확대와 미국과의 제도적 조율, 프랑스와의 재처리 기술·산업 협력을 병행하는 방안을 내놓는다. 일본 사례를 통해서는 높은 수준의 핵잠재력이 곧 핵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선택은 국내 정치와 여론, 미국과의 동맹, 주변국 반응, 경제제재 가능성 등 복합적인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한다. 책은 또 한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이 참여하는 ‘전략적 중강국 5개국 안보협력체(SMP5)’ 구상을 제시한다. 한미동맹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과 핵추진 협력, 방산·공급망, 사이버·우주·AI 분야에서 상호 보완성을 높이는 추가 안보 네트워크다. 핵추진잠수함과 관련해서는 함정 건조보다 인력과 정비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인력 양성 사례와 미국·영국의 정비 병목을 들어 한국도 교육·자격·정비·공급망을 아우르는 지속운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송승종, 류인석, 박동순, 이기태, 장영희, 피터 워드, 한지성 등 안보·원자력 전문가들이 집필한 이 책은 484쪽 분량으로 블루앤노트에서 출간됐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대한민국은 불확실한 미래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인가.” 저자들은 그 답을 핵무장 자체가 아니라 기술과 산업, 인력과 제도, 국제적 신뢰와 협력 기반을 축적해 국가의 선택지를 넓히는 데서 찾는다. “에너지 주권 없는 안보 주권은 없다”는 문제의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산업의 문제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