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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3회 작성일 26-09-0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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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당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성을 지녀야 합니다. ‘님의 침묵’은 1920년대 조국을 잃은 아픔에 의해 탄생했지만,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아요.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올해 만해문예대상 수상자인 정호승(76) 시인을 지난달 13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과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일대를 아우르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만났다. 만해 한용운이 영면한 곳을 함께 찾았다. 그는 “젊은 날 만해 선생을 찾아 나선 적이 있다”고 했다. “눈 내리는 겨울에 선생의 묘소가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 갔었습니다. 선생의 묘소는 흰 눈에 덮여 있었고, 독립의 지조를 꺾지 않은 한 시인의 고귀한 정신이 하얀 눈발로 내리고 있었습니다.”
수상을 기념해 20여 년 만에 다시 묘소를 찾은 시인은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참 많이 바뀌었네요.” 그는 잠시 묵념하고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만해의 대표작 ‘님의 침묵’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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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나지막이 시를 읊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만해 선생은 제 시의 스승”이라며 “민족적 전통성·서정성·영원성 등을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한용운 선생께서는 일찍이 시의 비밀을 깨치신 것 같아요. 시에 시대정신을 담으면서 이를 직유화하지 않았지요. ‘님의 침묵’의 ‘님’은 모두가 자기 삶의 처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아주 큰 비유예요. 시의 본질에 충실하셨어요.”
정호승 시인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고, 대구에서 자랐다.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과 1973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동시와 시가 각각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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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펴낸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실린 시 ‘수선화에게’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밖에 ‘슬픔이 기쁨에게’(1982) ‘서울의 예수’(1987)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1999) 등 대중에게 각인된 시집을 수두룩하게 남겼다.
어느덧 등단한 지 반세기를 넘겼다. 지난해 열다섯 번째 시집을 펴낸 시인은 “윤동주·이육사는 살아생전 시집 한 권 내지 못했고, 한용운·김소월은 단 한 권의 시집을 냈다”며 “너무 많은 시를 썼다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던 시기”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만해문예대상 수상 소식은 시인에게 그 자괴감을 떨칠 힘을 주었다. “앞으로 제가 건강하게 시를 쓸 수 있는 물리적인 인생의 시간을 충분히 잡는다고 해도 10년이에요. 남은 시간에 열심히 쓰라는 침묵의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시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이름 앞에 시인이라는 말 외에는 붙일 것이 없습니다.”
생은 제 시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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