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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4회 작성일 26-09-0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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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에 변형된 배갑(背甲)을 가진 장수거북, 캥거루 주머니 형태의 신체에 알을 품고 있는 인물, 버섯갓 아래 인간의 이목구비를 가진 생명체까지…어느 하나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 없다.
현대미술가 패트리샤 피치니니(Patricia Piccinini)는 유리섬유, 실리콘 등을 활용한 극사실 조각을 통해 상상의 생명체를 펼쳐낸다. 이를 통해 생명, 돌봄, 공존을 둘러싼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조망하여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오는 11월 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극사실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56.의 작품이 전시된다. 20여 년에 걸친 피치니니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그의 국내 최초 미술관 개인전이자 국내 최대 규모이다.
전시 제목인 킨쉽(Kinship)은 사전적으로 친족 등을 의미하지만, 피치니니의 작업에서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맺는 연결과 연대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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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깨어나다 ▲조우하다 ▲유대하다 ▲흔적들 총 4부로, 작가가 창조한 상상의 생명체들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 가족과 타자의 관계를 바라본다.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바쳐진 존재'이다. 보드라운 피부와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으로, 아주 작고 연약한 여아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을 만지며 관람객은 낯선 존재들로 가득한 피치니니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다.
작가가 선보이는 생명체들은 명명조차 어렵다. 인간과 동식물, 일상의 사물을 결합한 모습으로 자연과 인공 사이를 오가며 우리에게 새로운 사유를 이끌어낸다.
캥거루 주머니와 같은 신체 구조 안에 알을 품은 남성 형상의 '독수리 알 인간'은 모성을 넘어 돌봄이 생명을 책임지려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음을 암시한다.
사진 연작 '피츠로이 시리즈'는 작가가 거주한 호주 멜버른 피츠로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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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생명체 '바텀피더(Bottom Feeder)'를 반복해 등장시켜, 낯선 존재가 우리의 일상 공간에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과 오랑우탄의 경계가 모호한 '킨드레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듯한 어미 돼지와 새끼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신생가족' 등은 인간과 낯선 생명이 관계를 이어가는 장면들을 담았다. 보호, 의존, 책임을 떠올리게 하며 서로의 곁에 머무는 존재들을 드러낸다.
마지막 공간 '흔적들'에서는 작가의 작업 과정과 인터뷰 영상, 아카이브 자료를 볼 수 있다. 또 활동지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어보는 상설 교육 프로그램 '관찰: 기묘한 만남', '실험: 뜻밖의 이웃', '사유: 다정한 시선들' 등을 운영한다. 전시는 낯선 존재에 대한 거부감, 불편함보다는 그들과의 공존을 위한 책임과 연대, 돌봄과 보호를 상기시킨다.
이연아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작품의 낯선 외형을 넘어 생명과 환경, 미래의 존재까지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돌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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