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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2회 작성일 26-09-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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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도미에의 '가르강튀아'(1831). 프랑스 루이 필리프 시대에 자유주의라는 명목으로 민중을 억압한 정권과 부르주아의 탐욕을 판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오월의봄 제공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사유재산을 토대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소비가 이뤄지는 사회 경제 체제를 뜻한다는 사전적 정의야 누구든 알고 있겠지만, 여기에는 여러 자명한 요소와 불투명한 요소가 혼재하는 까닭에 깊이 들어갈수록 의미는 불분명해진다. 자본주의는 자유주의나 보수주의 같은 이념일까, 아니면 사회가 작동하는 체제일까.
‘우리가 몰랐던 자본주의’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역사학과 교수였던 정치사상가 마이클 소넨셔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용어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본주의라는 용어를 언제 누가 처음 사용했으며 어떤 의미 변천 과정을 겪었는지를 파고들어 현대 자본주의 담론을 재조명한다. 원제도 ‘자본주의: 단어 뒤의 이야기(Capitalism: The Story Behind the Wor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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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색감과 귀여운 그림의 표지만 보면 가벼운 경제학 입문서처럼 보이지만, 200여 쪽의 짧은 분량에도 만만치 않은 지식과 사유의 깊이를 담고 있어 정독을 요구한다. 마르크스, 애덤 스미스, 헤겔, 데이비드 리카도, 로렌츠 폰 슈타인 등 사상가의 이론에 익숙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만한 내용도 제법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초기 의미를 파악하려면 18세기에 등장한 또 다른 핵심 개념인 ‘상업사회(commercial society)’와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라는 개념과 체제가 등장하기 전 먼저 존재했던 것이 상업사회다. 자본주의가 자본의 사적 전유라는 소유 형태에 대한 이론이었던 반면 상업사회는 분업에 기초한 사회적 상태를 가리켰다.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상업사회는 수렵사회, 목축사회, 농경사회를 거친 이후 도달하는 단계로 모든 개인이 교환을 통해 생존하며 서로의 노동에 필연적으로 속박되는 분업의 토대 위에서 작동했다.
우리가 몰랐던 자본주의·마이클 소넨셔 지음·김민철 옮김·오월의봄 펴냄·224쪽·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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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라는 용어를 현대적 의미와 유사한 형태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19세기 프랑스 사회주의자 루이 블랑은 사회적 불안이나 노동 소외 같은 문제의 근원을 자본 자체가 아닌 자본이 사적으로 전유되는 자본주의적 소유 구조에서 찾았다. 블랑에게 자본주의는 자본의 공적 잠재력을 사적 이해관계 속에 가둬 사회 전체의 생산력과 분배를 왜곡하는 체제였다. 이런 관.에서 자본주의는 곧 자본의 숙적이었다.
상업사회는 이제 잘 쓰이지 않는 고어가 됐지만, 그 토대가 되는 분업의 문제는 소유나 소유권과 달리 변화하지 않은 채 남아서 이어진다. 저자의 의도는 단순히 자본주의라는 개념의 역사를 좇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른 의미를 지니는지 。검하며 소유, 분업, 노동력, 상업사회, 자본주의 등 관련 개념과 함께 쏟아져 나왔던 창의적 사유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의 뚜렷한 관。이나 이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현대 사회의 토대가 되는 개념의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하면서 더 많은 논의를 추동하는 책이다.
주의 같은 이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