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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8회 작성일 26-09-07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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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 위를 걷다가 벽돌 한 장 빠진 자리 위로 잡초가 무성히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멀리서 보면 초록색 벽돌처럼 보였을 테다. 어쩌다 여기에 자리 잡았는지.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바쁘게 운동 가던 길이었음을 잠시 잊었다. 골목 주택단지에 우산을 씌워둔 고양이 밥그릇도 보았다. 이름 모를 존재에게 비에 젖지 않도록 마음을 펼쳐준 풍경이 나를 멈춰 세웠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잦은 곳에는 유성매직으로 거칠게 써두었던 경고문 대신에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 말풍선으로 만든 상냥한 그림이 세워져 있었다. 덕분인지 며칠 골목이 깨끗했다.
나를 멈춰 세우는 것들이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아주 고요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그 존재를 알아보았다는 듯이,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나의 시간을 쏟는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주목은 영혼의 자연스러운 기도”라고 했다. 시를 쓰는 일도 결국 다른 존재에게 주목하며 빌고 싶은 마음을 덧대는 일이라고 여겼다. 시적인 순간이라고 한다면, 나는 무언가를 주목하며 시선을 빼앗기는 일이라고 하겠다.
나는 사람들의 필체가 남아 있는 쪽지나 메모지, 영수증 같은 것을 잘 버리지 못한다. 며칠은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한 사람의 고유한 필체가 묻어 있는 글자들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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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가 시골에서 보내준 볶은 참깨가 담겨 있던 플라스틱 병에는 ‘식후에 한 스푼’이라고 적혀 있다. 당신이 드시던 효소분말의 용법이 견출지에 적혀 있던 것이다. 손자가 맛있게 먹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아온 작은 플라스틱 통에는,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의 간식을 보관하고 있다.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내 발걸음이 멈춘다는 것이 이상하다. 종이 위에 멈춰 있는 글자들이 나를 멀리 보내기도 한다는 것 또한. 오늘도 자주 멈추게 해 주세요, 속으로 되뇌고는 숨바꼭질 술래가 되어 현관문을 나서기도 한다.
서윤후 시인
주목은 영혼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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