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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3회 작성일 26-09-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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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과 사는 남자>
ⓒ 온다웍스
어느 나라에도 역사 속 미스터리는 많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저 유명한 단종애사 중 단종의 최후조차 미스터리다. 정사 기록에는 금성대군의 거사가 밝혀진 후 자진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그 시대에조차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아는 사람도 적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시조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임 여의옵고"를 읊었던 금부도사 왕방연은 <세조실록>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250년 가까이 지나서야 그 이름이 등장한다. 그가 단종을 호송해 갔는지, 사약을 전달하러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종놈이 단종의 목을 밧줄로 매 당겼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구구 전승이 따를 뿐 그냥 미스터리다.
당나라 파병 미스터리
▲ 경주 헌덕왕릉
ⓒ 위키미디어 공용
여러 미스터리 중 하나는 헌덕왕 때 있었던 당나라 파병이다. 안사의 난으로 곤죽이 됐던 당나라는 각지에 발호하던 절도사 세력을 제어한 당 헌종의 '원화중흥'을 맞아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런데 당 헌종의 마지막 골칫거리가 산둥반도 일대를 장악한 군벌 이사도였다.
이사도는 안사의 난 때 큰 공을 세웠던 고구려계 군벌 이정기의 증손자였다. 이정기는 평로치청절도사로 산둥반도 일대 산둥반도를 중심으로 주변 15개 주를 차지했는데, 통일신라보다 넓은 영토를 지배했고 관할 인구도 500만이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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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라 발해와의 무역을 독。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려 급기야 당나라 조정의 말을 듣지 않고 독립 세력화한다. 이정기는 당나라와 한판 붙기 직전에 사망하지만 아들 이남은 숫제 '대제'라는 나라를 칭하며 당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이남의 손자가 이사도였다. 이씨 가문은 4대를 이어 산둥 지역을 통치했던 셈이다. 당 헌종의 눈에 가시가 이 이씨 정권, 대제의 이사도였다. 헌종은 이 가시를 뺄 작심을 했고 신라에도 원병 파병을 요청한다. 삼국사기에는 김유신의 자손인 김웅원이 이끄는 3만 대군이 파병됐다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이게 미스터리다. <삼국사기>에는 819년 가을 7월에 당 운주절도사 이사도가 반란을 일으켜서 당 헌종이 양주절도사 조공을 보내 우리 병마를 징발하라는 조칙을 내리니, 왕이 이를 받들어 순천군 장군 김웅원에게 갑병 3만 명을 거느리고 가서 도우라고 명하였다고 나온다.
그런데 이사도는 이미 819년 2월에 당나라군에 패배하고 잡혀 죽었다. 반란을 다 진압하고 상황 끝난 819년 가을에 파병 요청이 왔고 왕이 신라군 3만 명에 출동을 명했다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가긴 간 것일까. 왔다가 그냥 간 것일까. 누구랑 칼은 섞어 봤을까. 그냥 온통 미스터리다.
이 미스터리를 긍정적으로 풀어본다면 이럴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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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라가 바보는 아니니 이사도를 본격적으로 토벌하기 전에 신라에 사신을 보냈을 것이다. "황명이오. 신라왕은 황명을 받들어 이사도 토벌군을 편성하여 보내도록 하시오."
그러나 헌덕왕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왕이 될 욕심에 젊은 조카 두 명을 죽였던 즉 선왕인 애장왕을 시해하고 그 동생 체명까지 치워 버렸던 신라판 수양대군이었다. 안 그래도 권력은 불안하고(김헌창의 대반란이 곧 일어난다) 민생은 파탄 직전인데 뭔 군대를 서해 건너 아니면 발해 영토를 통과해 중국 본토로 보낸단 말인가.
헌덕왕처럼 버텼으면
▲ 신라 이사도 토벌군 상상도
하지만 당나라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헌덕왕은 시간을 끈다. 당나라는 계속 연락을 보내왔으리라.
"왜 군대가 안 오는 거요. 신라 너 내가 기억해 둘 거야."
"너, 백제 고구려 멸망시켜 준 은혜를 잊었어?"
"이사도 고구려 종자야. 너희들하고 웬수라고."
"이씨 4대가 우리 무역 가로막고 얼마나 가로챈 줄 알아? 이건 서해 항행의 자유를 위한!"
하지만 헌덕왕은 버틴다. 물론 립 서비스는 한다.
"하이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우리 형편이.."
"저런 못된 이사도 같은 놈은 제 손으로 목을... 정말 준비 다 됐습니다."
"여봐라 어서 군대를 편성하라. 김웅원 너 동작이 늦어!"
그러다가 새해가 오고 당나라군이 이사도 토벌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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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도 몇 달 뒤 헌덕왕은 김웅원에게 '출동 명령'을 내린다.
"김웅원은 갑병 3만을 이끌고 황제를 도와 역적을 토벌하라."
거창하게 부월도 내리고 군대도 사열하면서 당나라에 사신을 보냈을 것이다.
"어디로 상륙할까요? 산동? 아니면 영파로 가서 내륙으로 올라갈까요? 우리 식량은 대 주실 거죠? 이사도 이놈 우리가 가기만 하면 그냥..."
당나라는 부글부글할 뿐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이 헌덕왕 파병은 당나라 기록에는 없다. 그저 <삼국사기>에만 기록됐을 뿐이다. 얄밉게도 김부식은 신라 군대가 '출동'했다고는 적지 않는다. 그저 '명령을 내렸다'고 적고 있을 뿐이다. 사실과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먼 훗날 나는 우리 역사의 미스터리가 하나 추가되기를 바란다. "호르무즈 파병".
한국군 함대와 해병대에 '출동 명령'이 내려지기는 하는데 그건 미국과 이란 전쟁이 끝나고 트럼프와 이란의 야툴라가 서로 포옹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들이 분주히 오가기 시작한 시。이었다는 식의. 그리고 "명령은 내려지긴 했는데 그 명령이 어떻게 시행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식의.
아무리 '대국'의 압박이 거세도 안 되는 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대놓고 비토를 놓아서 비위를 거스를 것도 없고, 이란처럼 쓸데없이 엄한 사람들 감정 긁을 이유도 없다. 다만 내 상상 속 헌덕왕처럼 버텼으면 좋겠다. 그래서 또 하나의 미스터리를, 그래서 먼 훗날 역사학자들이 머리 쥐어뜯으며 "이 인간들 대체 뭐지?" 하는 고민 다발을 안겨 주게 되기를 바란다.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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