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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5회 작성일 26-09-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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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집을 잊지 않는 사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THE ODYSSEY〉를 보고 난 뒤, 한동안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알고 보면 영화가 훨씬 깊어진다.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니 브래드 피트의 영화 〈트로이〉를 먼저 보는 것도 좋다.
나는 영화평론가가 아니다.
우연한 계기로 영화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지만, 이 글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리뷰는 아니다.
한 명의 그리스도인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며 떠오른 질문과 생각을 기록해보려 한다.
01. 제우스의 법 — 낯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고대 그리스에는 크세니아(xenia)라는 환대의 법이 있었다. 낯선 이가 찾아오면 먼저 먹이고 마시게 했다. 그가 누구인지 묻기 전에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아브라함은 낯선 세 사람을 정성껏 맞이했고, 히브리서 13장 2절은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고 말한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나는 낯선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환대란 결국 사람을 보는 내 시선의 문제는 아닐까.
02. 이타카 — 내가 돌아가야 할 곳
영화가 시작되며 트래비스 스콧이 고대의 음유시인 페미오스로 등장한다. 랩이 울리고,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린다.
쿵. 쿵. 쿵.
3천 년 전의 서사시와 21세기의 랩이 한 장면에서 만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이야기가 결국 향하는 곳은 하나다.
이타카.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곳이며, 반드시 돌아가야 할 집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이타카는 어디일까.
내가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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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코스 — 기다리는 사람도 영웅이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기다린다.
나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아버지와 춤을 췄다는 장면 하나가 남아 있지만, 그것이 실제 기억인지 나중에 만들어진 기억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래도 아버지가 그리웠다.
그래서인지 텔레마코스의 기다림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나 역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일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내 믿음은 어쩌면 하나님 아버지를 찾아가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04. 페넬로페 —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20년을 기다린 페넬로페는 낮에는 베를 짜고 밤에는 풀었다.
기다림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나는 나이 들어가는 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겉모습의 아름다움보다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품격,
잠언 31장이 말하는 여인의 지혜 같은 것.
그리고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 사이에는 오래된 약속 하나가 있다.
“서쪽으로 가자.”
20년이 지나도 잊지 않은 말이다.
성경도 끊임없이 기억하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하신 일, 받은 은혜, 약속을 기억하라고.
믿음은 어쩌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놓아줄 것인가를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05. 폴리페모스 — 저주보다 하나님을 크게 보는 것
폴리페모스는 오디세우스를 향해 포세이돈의 저주를 빌었다.
사람은 때때로 누군가의 말 한마디를 오래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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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처럼 남은 말, 상처처럼 반복되는 말도 있다.
그러나 믿음은 저주가 없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저주보다 하나님을 더 크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주가 무섭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저주보다 하나님을 더 크게 보는 사람.
06. 로터스 꽃잎 — 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
로터스의 꽃잎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것을 먹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것이다.
오늘의 로터스는 무엇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 SNS, 쇼핑,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
해롭지 않아 보이는 작은 위안이 어느 순간 내가 왜 살아가는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잊게 만들 수도 있다.
07. 칼립소 — 안락함이라는 이름의 감옥
칼립소의 섬은 아름답고 편안하다. 오디세우스는 그곳에서 7년을 머문다.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함과 편안함은 사람을 붙잡는다.
나는 무엇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가.
때로 가장 무서운 감옥은 고통이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안락함인지도 모른다.
돌아가야 할 곳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안함 때문에 머무는 것. 그것 역시 하나의 유혹일 수 있다.
08. 키르케 — 돼지가 되어버린 인간
키르케는 사람들을 돼지로 만든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사람을 돼지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인간 안에 이미 있던 욕망을 드러낸 것일까.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은 욕망.
키르케는 괴물이라기보다 인간 안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처럼 보였다.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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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네 —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사는가
헬레네의 아름다움은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 된다.
그러나 성경은 다른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나는 검으나 아름답다.”
사람이 보는 아름다움과 하나님이 보시는 아름다움은 다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것은 피부가 아니라 마음이다.
결국 아름다움이란 시간이 지나도 망가지지 않는 마음에 가까운 것 아닐까.
10. 그리고 아버지 — 영웅도 죄책감을 가지고 돌아온다
오디세우스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다.
그의 귀환에는 승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죄책감도 따라온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한 사람이 가족에게 남겨야 할 것은 성공일까, 명예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나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보며 아버지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너를 떠났지만, 너를 잊은 적은 없다.”
어쩌면 아버지의 사랑은 이 한 문장으로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
돌아갈 집을 잊지 않는 사람
결국 〈THE ODYSSEY〉는 괴물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돌아갈 집을 잊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폴리페모스도, 로터스도, 칼립소도, 키르케도, 헬레네도 결국 내 안의 어떤 모습을 건드렸다.
나는 지금 무엇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가.
믿음은 어쩌면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잊지 않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 이야기에서 아직 만나지 못한 인물들이 있다.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태양신의 소들, 시논, 눈먼 에우마이오스, 그리고 아르고스와 아테나.
다음에는 그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들이 내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또 어떤 나를 발견하게 될지.
아직 오디세우스의 항해는 끝나지 않았다.
쿵. 쿵. 쿵.
나의 이야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리=
에게 이타카는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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