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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완지섭
조회 4회 작성일 26-10-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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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정신과 의사 딕슨 치반다(앞줄 남성)가 ‘우정 벤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할머니들과 2023년 찍은 사진. 할머니들은 찾아오는 이들 옆에 앉아 경청하고 공감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10여 국 70만명의 마음을 보살폈다. /Costa the Creator·PictureHubZim 인구 1700만명의 아프리카 짐바브웨는 나라 전체에 정신과 전문의가 단 18명뿐이다. 짐바브웨에서 교사를 꿈꾸던 스물여섯 에리카는 2005년 스스로 생을 끝냈다. 부모는 에리카를 병원에 다시 데려가고 싶었으나 교통비 10달러를 구할 수 없었다. 담당 정신과 의사였던 딕슨 치반다(57)는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 죄책감은 훗날 수십만 명의 마음을 돌보는 정신건강 운동의 씨앗이 됐다. 치반다는 지난 2006년 수도 하라레에서 할머니 14명과 함께 ‘우정 벤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원 앞 벤치에 할머니와 마음이 아픈 사람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공감한다. 찾아온 이들은 마냥 울기도 한다. 그 뒤 우정 벤치는 세계보건기구(WHO) 주관 특별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지금까지 세계 70만명이 넘는 사람이 우정 벤치를 찾았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미국의학협회 저널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간의 우정 벤치 활동으로 내담자의 우울증과 자살 시도가 80% 감소했다고 한다 손오공릴게임솔루션 . 치반다가 우정 벤치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판미동)는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에 공감과 경청의 의미를 묻는 것만 같은 책이다. 이메일로 치반다를 만났다. 마음을 들어주는 벤치/판미동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털어놓을 공간이 있을 때 자살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할머니에겐 의료 종사자가 만들 수 없는 신뢰가 있죠.” 처음 치반다는 할머니가 ‘심리 치료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들에겐 프로이트나 현대 심리 치료 같은 교과서에는 없는 공동체의 지혜가 있었다. 우울한 상태를 말하는 ‘쿠풍기시사’라는 토착어가 있다. 할머니들이 자주 쓰는 이 단어는 직역하면 ‘너무 많이 생각한다’는 뜻이다. 치반다는 “자살은 흔히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말없이 무너져온 과정의 종착.”이라고 했다. 치반다도 할머니에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들은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기도했다. 우정 벤치가 하는 일은 복잡하지 않다.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듣고 공감한다. 치반다는 이 과정이 우울 경감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 단순한 방식은 국경을 넘어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10여 국에 뻗어 나갔다. 야마토동영상 뉴욕 브롱크스와 할렘에 밝은 오렌지색 벤치가 놓였을 때 첫해에만 6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Costa the Creator코로나 팬데믹 당시 할머니 한 명이 내담자를 만나는 모습. 할머니들은 팬데믹 때도 프로그램을 중단하길 원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체계를 갖추고도 마음 건강이 위태로운 한국을 치반다는 어떻게 볼까. “인간의 고통을 지나치게 의료화하는 것은 세계 정신 건강 분야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입니다. 모두 의료 문제로 귀결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공동체의 능력과 자신감도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치반다는 한국의 지나친 경쟁,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낙인 모두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는 고립, 공동체의 지지로부터 단절돼 있는 것”이다. 대신 고령 사회인 한국에는 더 큰 가능성이 있다. 한 쪽에는 고립된 노인이, 다른 한 쪽에는 외로운 젊은이가 있기 때문이다. 치반다는 그 둘을 마주 앉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벤치의 효과는 할머니에게도 내담자에게도 함께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치반다는 “같은 사회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지혜와 경험 자체가 ‘하나의 자격’”이라며 “거창한 의학 지식도 특별한 장비도 아닌 경청과 공감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먼저 옆 사람에게 이렇게 물으면 된다고 했다. “당신의 이야기를 제게 들려주시겠어요?” 딕슨 치반다가 TED에서 강의하는 모습/TED 종착。”이라고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