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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하아빈
조회 8회 작성일 26-09-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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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는 중요한 게 있다고. 아무리 그게 고추라도 그 사람한테는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오래된 빌라, 301호 청년 ‘현태’(장석환)가 “고추 때문에 사람이 죽냐” “왜 네 화풀이를 남에게 하느냐”고 타박하는 엄마에게 대꾸한다. “악마가 딴 데 있는 게 아니라고. 자기만 알고, 못사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무시하고. 그래서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그게 악마라고!”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의 무대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빌라 건물 한 채를 깔끔하게 축소해 무대 위에 올려놓은 듯하다. 옥상 밭 고추를 ‘약탈’해 이웃을 사지로 내몬 한 아줌마의 횡포에, 빌라에 사는 청년과 전문 시위꾼들이 고추 인형 옷을 입고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학로극장 쿼드 빌라 옥상 밭 고추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니 정말일까.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 무대 위에선 평범한 일상 속 별것 아닌 사건의 연속이 쫀쫀한 긴장감의 동네 활극, ‘웃픈’ 블랙 코미디가 된다. 잘되면 내 덕에 못 되면 남 탓, 보잘것없는 내 이익을 죽어라 붙드느라 어떻게든 남을 깎아내리는 인간 군상이 많이 본 듯한 모습이라 깔깔거리며 웃다 가슴 한편이 찌릿해진다 야마토하는법 . 문제의 시작은 어디나 있는 목소리 크고 기 센 201호 아줌마 ‘현자’(고수희)였다. 빌라 재건축에 반대하는 304호 ‘광자’(문경희)가 못마땅했던 그는 못살게 굴어 이사 가게 할 요량으로, 광자가 가꾸던 옥상 밭 고추를 ‘약탈’하며 “남편도 없이 혼자 사는 년”이라며 인신공격을 한다. 지병이 있던 광자가 충격을 받고 쓰러진 걸 알게 된 배우 지망생 ‘현태’는 “진심으로 사과하라”며 이웃들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촬영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동안 “왜 그렇게 별나게 구느냐, 네가 좀 참으라”는 말에 쌓여 가던 분노가 이 사소한 부조리에 마침내 격발된 것이다. 한번 시작된 사달이 일파만파로 번져 간다. 무직 룸펜인 303호 ‘동교’(송철호)가 현태를 돕고, 나름의 정의감으로 시위 현장이면 안 끼는 데가 없는 전문 시위꾼들이 나타나 지방 고추 축제에서 빌려온 고추 인형 옷까지 입고 나서며 일이 커진다. 좁은 방에서 뻥뻥 힘껏 차대는 축구공처럼, 천방지축 튀기 시작한 사건에 빌라 이웃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무대 위엔 훤히 뚫려 속이 들여다보이는 각각의 집들, 빨래 건조대와 고추밭이 있는 옥상까지 복닥복닥한 빌라 한 채를 깔끔하게 축소해 옮겨 놓았다 황금성3하는곳 . 나이와 성별, 직업과 성격이 다 제각각인 인물들은 그대로 사회의 축소판이다. IMF 극복하고 선진국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현자 아줌마는 세 들어 사는 주제에 냄새나 피우고 공용 창고 정리도 안 하는 주민들이 마음에 안 든다. “열심히 살면 왜 못 살아? 꼭 노력도 안 하는 것들이 남한테 기대 살려고 하는 거지!”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그 곁을 맴도는 사람들, 차 빼달라는 이웃에게 인상 쓰며 욕하는 무례한 젊은이, “요즘 것들 약해 빠졌다”며 호통치는 노인에다 중립적인 척 눈치 보는 중년 남자가 얽히고설켜든다. 세상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무대 위 인물들이 티격태격 아등바등 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이런 게 정말 인간의 ‘바닥’인가 싶어 씁쓸해진다. 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양심과 윤리, 쉽게 폭력으로 변질되는 정의로운 외침은 사소한 것 같았던 일상의 사건을 또 하나의 사소한 비극으로 연결 지어간다. 김광보 연출가는 “사람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기보다 선택과 흔들림의 과정을 끝까지 바라보며, 관객 역시 자신의 삶과 타인의 고통을 함께 응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 연극 거장 5인의 ‘쿼드, 연극의 질문들’ 시리즈 두 번째 작품. 공연은 10월 4일까지, 전석 5만원. 연휴 기간엔 30% 할인 혜택이 있다. d: 0px 0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