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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완지섭
조회 11회 작성일 26-09-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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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이 인기다. 젊은 세대가 요즘 물건이 아닌 옛 물건에서 스토리텔링과 즐거움을 찾고 있다. “옷은 새 옷이 좋고 님은 옛 님이 좋다.”는 말도 있건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요즘 완물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물건을 모으거나 소유를 탐하는 것은 경계의 대상이었다. 완물상지(玩物喪志)라 하여 진귀하거나 쓸데없는 물건에 정신이 팔려 소중한 본심을 잃는다는 고사성어도 있다. 선인들은 선을 넘는 과도한 취미, 수집벽은 경계할 대상으로 삼았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청장관 이덕무(李德懋)가 저술한《사소절(士小節)》1)에도 겉치레나 사치품에 마음을 빼앗겨 본래의 뜻을 잃는 것을 경계하는 구절이 나온다. 이덕무는 책에서 “산수여행, 화조(花鳥) 기르기, 서화 수집과 감상 등은 주색잡기나 재물 욕심보다는 고아한 취향이나, 자칫 지나친 탐닉으로 빠질 위험이 있어 해악이 만만치 않다.”라며 늘 과도한 도취를 경계했다. 그가 우려할 만큼 조선 후기에는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풍조가 도성 안팎으로 널리 유행했다. 음악감상이나 식물 가꾸기, 다도, 수석과 같은 정적인 취미뿐 아니라 산수유람 같은 동적인 취미가 유행했다. 개, 고양이부터 닭이나 비둘기 등을 키우는 애완(愛玩) 취미까지 다채로웠다.
그러나 요즘 취미, 취향은 개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SNS를 통해 공유되는 개인의 취미, 취향이 산업이 되고 문화가 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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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다양할수록 사회의 문화적 저변이 넓어지고 삶의 풍경도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이제 취향은 시대의 문화적 독특함과 현상을 드러내는 트렌드이자, 취향의 다양성은 시대의 문화 전성기를 증명하는 지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전히 취미를 특정 사물에 대한 탐닉과 감각적 쾌락으로만 보는 것을 완물상지라 폄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불필요한 사물을 쓰고 버리는 일이 미치는 환경영향을 유의하고 산다. 물건을 사고 소유하면서 꼭 필요한 것인지 되묻는다. 그럼에도 사치는 경계하되 좋은 물건을 가려서 사용하고 오래 사용하는 취미는 포기하기 어렵다. 아름다움을 즐기고 감상하는 고상한 취미마저 융통성 없이 금기시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각박할까.
답십리 고미술 상가의 골동 상。 '만복당' 전경 © 장세희 / 출처. 서울문화포털
요즘 젊은 세대의 발길이 한복, 공예 굿즈에서 골동 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미술과 골동품 시장이 MZ세대로 채워지고 있다. 독특한 빈티지·리사이클 취향을 지닌 이들은 흔한 공산품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빈티지 오브제나 옛 물건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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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 빠른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느리고 정적인 정서적 안정과 힐링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서울풍물시장이나 황학동 벼룩시장 등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보지 못한 새로움을 찾는 발견의 즐거움, 옛 물건을 소유하는 소유와 감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골동 취미는 옛 물건이 아닌 경험하지 않은 시간의 사건, 누군가의 흔적, 유일무이한 흔적을 향유하는 일이다. 박물관의 유물이 ‘보는 것, 모셔두는 것’이라면, 골동은 실제 일상에서 쓰고 감상할 수 있고, 나의 취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적 사물이다. 요즘 서울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는 젊은 골동 상인들도 많다. ‘오프(OF)’, ‘고복희’, ‘호박포크아트갤러리’ 등 젊은 골동 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현대 미술 작품 옆에 골동 가구를 배치하거나, 촛대와 도자기 같은 소품을 한 폭의 정물처럼 연출한다. 실제 공간에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혹은 오브제, 예술처럼 보여 준다.
Z세대(GenZ)가 수백 년 세월이 누적된 옛 물건들을 찾고 파는 것을 단순히 레트로, 디깅(digging) 문화의 연장선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전통, 옛스러움의 미학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하고 또래와 함께 즐기는 시도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새로운 한국 문화 전성기를 여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것보다 오래된 것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며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일, 그리고 물건이 지닌 이야기와 유니크함을 발견하려는 태도는 과거 전통을 정중하게 보존하려는 앞선 세대의 전통 인식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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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전통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통은 오늘의 공간, 삶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고 마찰하고 외양을 바꿀 때 비로소 ‘가장 생동감 있는 생활 양식’이자 ‘힙스러움’이 된다. 동시대 디자인이나 현대 미술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전통이 유의미해지고 생명력이 길어지고 있다.
전통이 박물관에만 머무르지 않고 범주가 넓어지고 젊은 세대의 상상력과 창작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 반갑다. 더불어 물건이 소유와 수집의 대상이 아닌 같이 공유하는 문화가 되는 현상은 과거와 분명 다른 문화현상이다. 혼자가 아닌,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함께 향유하는 플랫폼 기반의 문화가 대세다. 이는 타인과 취향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느끼는 동시에, 정보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 공예, 전통이 있다. 우리 사회에 다양한 취미가 넓게 형성되고 향유될수록 다양성과 참신성, 개성은 강화되고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부상할 것이다. 취미, 취향을 완물상지 즉, 삶을 갉아먹는 독,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시대를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자, K-문화융성의 원천으로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답십리 고미술 상가. 설거지 후 정성껏 반짝거리게 닦아 빛이 나는 오래된 놋수저들이 오브제가 된다. / 출처. Visit Seoul 홈페이지
홍지수 공예 평론가·미술학 박사·CraftMIX 대표
1) 선비들이 지켜야 할 자잘한 예절이라는 뜻으로, 복잡한 의례 위주의 기존 예서와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지침 92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OF)’, ‘고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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